2013년 4월 23일 화요일

빌 게이츠 악수가 무례?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4-23일자 기사 '빌 게이츠 악수가 무례?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을 퍼왔습니다.


4월 22일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겸 벤처기업 테라파워 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창조경제를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IT분야의 신화적인 존재인 빌 게이츠 회장의 만남이 관심거리가 될 만 했지만, 22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쟁점은 창조경제가 아닌 악수였습니다.
빌 게이츠 회장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악수했는데, 이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예의가 없다"라는 반응과 한편에서는 "미국식 문화"이며 빌 게이츠 회장이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정상과 만날 때에도 격의 없이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의견이 서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한 번의 악수이지만 만남을 뛰어넘는 이슈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의전의 중요성과 의전이 외교 그 자체가 되는 모습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의 악수가 "예의가 없다, 격의 없다"를 판단하는 일은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그의 악수를 판단하기 이전에 의전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리는 양보해도 국기는 양보하지 못한다'

의전의 기준을 정한다면 바로 '서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예의와 상호간의 배려가 있겠지만, 실제로 의전의 집행과 기준은 서열에 따라 정해지고 서열에 따라 모든 행사를 진행합니다.
서열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외국 대사들은 사적인 파티에서조차 자신의 지위보다 낮은 좌석이 배치되면 항의는 물론이고 곧바로 퇴장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나옵니다. 또한, 국가간 정상회담에서는 누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국가를 무시하느냐 존중하느냐며 회담이 결렬되기도 합니다.

▲ 자신의 오른쪽이 상석이기에 대부분의 정상회담에서 방문하는 정상들은 우측에 앉는다. 그러나 태극기는 상석, 즉 오른쪽에 배치한다.


그래서 의전 행사의 시작도 서열이고 끝도 서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전에서 자리 배치는 아주 중요합니다. 보통 의전에서 상석은 오른쪽입니다. 우리가 볼 때 우측이 아니라 주최국 대표의 오른쪽, 즉 우리가 볼 때는 왼쪽이 상석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종교와 문화에서 왼쪽이 불경하거나 불결하다는 사고방식이 지금껏 내려온 이유 때문입니다.
손님을 대접하는 차원에서 오른쪽에 손님을 앉게 배려하지만, 꼭 하나 손님보다 우선인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국기입니다. 손님이 우측에 앉아도 자국의 국기는 상석인 오른쪽에 배치하고 손님의 국기는 좌측에 놓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손님이라고 해도 국기만큼은 그 나라의 상징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서 있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이렇게 국기에 대한 생각이 남달라서 미국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외교적 결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양쪽에 자국과 상대국의 국기를 함께 배치해버립니다. 이처럼 양국가의 국기가 함께 있는다면 서로 동등하게 존중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의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악수를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국기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그것은 의전의 가장 본질, 즉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내용이 있고 굳이 따질 필요가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빌 게이츠의 악수가 동양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는 무례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빌 게이츠에게 동양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자체도 의전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지켜야 할 내용과 넘어가야 할 부분을 우리가 모두 넓게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의전보다 중요한 것은 사진 촬영'
의전이 왜 중요하냐면 의전 또한 보이지 않는 외교 전쟁의 하나이자 정치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전을 통해 각국 정상의 행동이 어떠했고, 그것을 국민에게 어떻게 보여주느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상단의 사진은 참여정부 시절 이루어졌던 다른 국가와의 회담 모습입니다. 어느 사진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당하게 보일까요? 맞습니다. 우측 사진이 좌측 사진보다 더 노무현 대통령을 당당하게 보입니다. 좌측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의 키도 훨씬 작게 나왔고, 상대편보다 훨씬 허리를 숙인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측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상대방이 더 숙이거나 비슷하게 보입니다.
이처럼 사진 한 장이 회담 내용을 성공 여부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기에 신체 사이즈에 맞춰 테이블 크기와 회담 참석자 간의 거리를 미리 조정하기도 합니다.



회담에서 촬영된 사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북한은 남북회담에서 대부분 남측으로 몸을 내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측 대표단의 손을 잡아끌어 남측 대표단이 엉거주춤 끌려가서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북한의 선전술로 마치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우위에 있고, 북한에 유리한 회담으로 끝났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각국 정상들은 사진 한 장이 주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사진 한 장이라도 함부로 촬영하지 않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기 때문에 2002년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에는 대통령 주최 오찬에서 삼폐인 건배 시에는 사과 주스를 레드 와인 건배 시에는 포도 주스를 잔에 담았습니다. 또한 2007년 이라크 말라키 총리 방한 시에는 아예 사과 주스가 담긴 건배도 빼버렸는데, 이유는 이라크 내 보수 이슬람교도들에게 비판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진 한 장이 갖는 의미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대통령은 무조건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법입니다. 민생탐방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청와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진 촬영은 청와대 기자단이 촬영하고 언론사들은 이를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구도를 잘 생각하고 촬영해야 합니다. (이 정도 조율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모두 하는 방식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빌 게이츠 회장의 악수 장면과 박근혜 대통령과 빌 게이츠 회장의 악수 장면을 비교하면서 누가 우위에 있느냐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이 큰 이슈가 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진 촬영 방법을 보면 그리 효과적이지 않음은 확실합니다.
한국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때면 의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려고 담당자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하게 합니다. 그것은 한국 대통령이 다수의 참석자들과 악수할 때 악수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카메라에 더욱 자연스럽게 찍힐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빌 게이츠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악수하는 장면에서 빌 게이츠 회장이 좌측에 있었다면 아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장면이 그리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의전의 중요성보다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모습일 것입니다.
청와대는 사진 한 장이 주는 의미가 수십 장의 텍스트 기사보다 훨씬 파급력과 전달력이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감추고 조작하라는 뜻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찍으라는 뜻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는 악수가 아니었다'

빌 게이츠 회장이 자유분방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악수했다고 그를 비난해봤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의전에서 상대방에게 자국의 문화를 강요하는 일 자체로 서로 간의 회담이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가 볼 때에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활동은 굉장히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수많은 세계 정상이나 외교 사절단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회담이나 접견 사진을 보면 대부분 뒤로 엉덩이를 빼고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좌측 박근혜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의 사진을 보면 다른 국가 정상들은 항상 박근혜 대통령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항상 의자 우측 손잡이 부분에서 떨어져 좌측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할 때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대 정상들 쪽으로 몸이 치우쳐져 있거나 고개를 맞대기까지 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대화의 기법에서 상대방에게 몸을 향하거나 기울이는 것은 당신의 말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무언의 몸짓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그런 몸짓이 없습니다. 이것은 의전을 떠나 대화의 기술에서 굉장히 보수적이거나 장벽이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 밋 롬니와 만난 버락 오바마의 악수 장면


위의 사진 중 상단에 있는 사진을 대한민국 관점에서 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매우 건방져 보입니다. 그러나 아래 전체 배경이 나온 사진을 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상대방에게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볼 수 있습니다.
악수하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상대방과 진솔한 대화를 하고 그에 대한 표현과 몸짓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빌 게이츠 회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악수를 했느냐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 활동을 통한 만남에서 얼마나 적극적이고 상대방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있느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접견 모습을 비판한 사진 (출처:http://mrahn.kr/834)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덴마크 슈미트 여성 총리.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안 있으면 미국을 방문합니다. 여성 대통령에 싱글이라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이런 논의는 현대 사회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여성이라고 상석에 앉히고 우대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런 것이 여권을 무시한다고 해서 그냥 동등하게 의전을 진행하는 추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대하는 대화의 자세도 경직됐고,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부드러움도 없다면 '여성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세계 정상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적극적이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필요한 시대이지, 옛날 조선 시대처럼 얌전한 여성 대통령이 필요한 시기가 아닙니다. 악수보다 더 중요한 대화를 제대로 하는 대한민국 여성 대통령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원문보기 :  impeter.tistory.com/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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